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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④ 처녀치마

입력 : 2016-02-18 13:07:00
수정 : 0000-00-00 00:00:00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겨울의 숲은 다른 계절에 비해 화려한 색이 덜한 계절입니다. 옛 사람들이 단조로운 색 속에 늘 푸름이 살아 있는 대나무 숲이나 소나무를 좋아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는 것은 식물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날이 따뜻한 곳에서야 문제가 없겠지만, 겨울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얼어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해도 겨울에도 푸른 잎을 가지고 광합성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렇지 못한 식물과의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늘푸른잎식물(상록성식물)은 저마다 부동액이 되는 물질을 만들고 잎을 두텁게 만들어 추운 겨울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나무에 비해 풀의 경우는 겨울을 이겨내는 방법이 조금 더 다양합니다. 한해살이식물의 경우는 겨울을 이겨낼 필요가 없으니 매우 많은 양의 씨앗을 만들어내죠. 두해살이식물(해넘이식물)은 봄부터 여름까지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가을에 싹을 틔워 그 싹이 바닥에 바짝 붙어 겨울을 납니다. 대표적인 식물로 냉이나 고들빼기 등이 있습니다. 여러해살이 풀인 경우는 지상부를 없애고 뿌리에 양분을 저장하여 겨울을 나기도합니다. 도라지, 인삼, 마 같은 식물이 그 예입니다.

 

 여러해살이 풀 중에도 늘푸른잎식물이 있습니다. 노루발, 처녀치마처럼 들판에 주로 자라 겨울에도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해넘이식물과 달리 숲은 조금 더 춥고 빛이 강하지 않은 탓에 바닥에 잔뜩 웅크리고 잎도 더 두텁습니다. 또 쌓인 낙엽이 이불이 되어주죠. 겨울철 숲길을 산책하다보면 노루발이나 처녀치마는 푸름이 유지되어 눈에 띄기 쉽습니다.

 

 처녀치마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주로 산지의 습기가 많은 곳에 자라기 때문에 계곡이 있는 능선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꽃대가 작은 편이지만 씨앗이 맺는 시기에는 길게 자라 꽃씨를 퍼트리기 유리하게 자랍니다. 비슷한 식물로 숙은처녀치마(2006년 등재)가 있는데, 주로 남부지방 높은 산지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주에서 처녀치마를 볼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꽃이 화려한 덕에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좋아 많이 채집되어진 것도 이유인 듯합니다. 식물 공부를 하면서 야생에서 보고 싶었던 몇 가지 식물 중 하나가 처녀치마였는데, 감악산 정상부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산을 샅샅이 훑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 감악산 인근에서 많은 개체가 확인되어 처녀치마가 개화하는 봄이 더 즐겁습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는 노래처럼 처녀치마는 봄에 개화하는 식물로, 파주에서는 3월 말부터 4월 초순경에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꽃의 색은 연분홍이라기보다는 연보라에 가깝습니다. 색이야 어떻던 봄바람에 휘날리는 처녀의 치마에는 마음이 설렐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꽃의 생김이 처녀의 치마와 같다, 혹은 겨울을 나는 늘 푸른 겨울 잎이 치마와 같다는 이야기가 이름의 유래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창복 대한식물 도감에 의하면 일본 이름의 잘못된 번역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일본식 이름은 “しょうじょうばかま(쇼우죠우바카마)”라고 하는데, “しょうじょう(쇼우죠우)”는 성성이를 뜻하는 것으로 “う”가 빠진 “しょうじょ(쇼우죠)”가 처녀를 뜻합니다. 한편으로 “しょうじょう(쇼우죠우)”는 한자 표기에 따라서 종 모양, 손바닥 모양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뿌리 잎의 모양이 손바닥이나 종 모양으로 펼쳐진 모습을 연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처녀치마는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일본명을 원래의 이름과 다르게 번역해 부른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식물의 이름이 일본 이름의 번역인 경우가 많아 원래의 우리이름을 찾아내는 것도 식물을 공부하는 사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물소개꾼 김 경 훈

자연환경연구소 식물상 조사원/세명대학교 대학원

 

 

 

#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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